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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종욱 전 WHO총장 미망인 레이코 여사
기사입력 2006.11.13 16:36:01 | 최종수정 2006.11.13 17: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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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27세의 일본 처녀는 경기도 안양 성나자로마을을 찾았다.

수녀가 되고자 결심했던 그녀는 한센병 환자 마을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현해탄을 건넌 것이다.

이듬해인 1972년 이곳에 젊은 의대생 한 명이 역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기 시작해 1979년 결혼했다.

당시 젊은 의대생은 지난 5월 타계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었고 일본 처녀는 그의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62)였다.

레이코 여사에게 이 총장은 "인생의 집(home)과 같이 의지할 수 있는, `잘생긴` 한국 남자"였다.

"저보다 어리게 보인 잘생긴 의대생이 환자들을 아주 친절하게 돕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사람 마음 속에 있는 진정을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수녀가 되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꿈을 접고 이 총장의 평생 반려자가 됐다.

평생을 의지하며 함께 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박사가 1983년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소 한센병 자문관으로 국제기구 생활을 하며 봉사의 삶을 살 때 레이코 여사 또한 이 박사를 내조하면서도 틈틈이 봉사활동을 희망했다.

소말리아, 동티모르 등에 가서 돕고 싶다던 레이코 여사를 이 박사가 말리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레이코 여사는 5년 전인 2002년 이 박사의 지인이 활동하고 있는 페루 `소시어스 엔 살루(socios en salud)`라는 결핵환자를 돕는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뜨개질과 수놓는 법을 페루 현지의 가난한 여인들에게 가르쳤다.

이들이 만든 제품은 미국 하버드대학과 연계해서 페루 국외로 수출됐다.

첫 해 연 매출액은 10달러에 불과했지만 5년간 70배 성장해 지난해 700달러에 달했다.

이 수입은 아이들 학비와 교재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의 애틋한 애정은 떨어져 있을 때도 한결같았다.

이 박사는 WHO 사무총장 시절, 서너 달에 한 번씩 출장지를 페루 근처로 잡아 레이코 여사와 만났다.

이 박사는 일본인 아내가 외로워할까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레이코 여사에게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평소에도 아들 충호 씨(28)에게 "엄마를 항상 존경해라"고 일렀다.

임종 전에도 이 박사는 충호 씨에게 "엄마를 도와줘라, 엄마를 기쁘게 해줘라"라는 말을 남겼다 ." `아빠`가 그런 말을 아이에게 한 것을 그가 떠난 뒤 아들에게 듣고 알았어요"라고 말한 뒤 레이코 여사는 복받치는 눈물 때문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고(故) 이종욱 박사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WHO에 몸담으며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 질병관리국장, 본부 예방백신사업국장, 세계아동백신운동사무국장, 결핵관리국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백신 관련 업무를 하며 소아마비 발병률을 세계 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낮춰 세계 의료계에서 `백신의 황제(vaccine czar)`로 불렸다.

이 박사는 WHO 사무총장 시절에도 소형 임대주택에 세들어 살았고, 기사가 모는 중형차를 마다하고 소형 하이브리드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등 청빈함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 박사는 지난 5월 20일 사무실에서 집무중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인 22일 향년 62세로 영면했다.

레이코 여사는 2006 파라다이스상 특별공로상 부문에 선정된 고 이 사무총장의 수상을 대신하기 위해 지난 12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14일 시상식에 참석한 뒤 15일 이 박사 시신이 안치된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고 16일 페루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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