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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BIS비율 집착이 돈 가뭄 제공
기사입력 2008.12.18 17: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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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도시 바젤은 프랑스와 독일이 만나는 삼각 접경에 위치한 국제미 넘치는 도시다. 바젤역 한쪽 끝은 프랑스 영토고, 라인 강을 건너면 독일 국철망과 연결되는 소(小)바젤역도 있다. 서울 청량리역이 외국 철도망과 연결된 격이다. 바젤은 예술전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이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프랑스를 비롯한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패전한 독일에 대한 응징으로 추징한 전쟁보상금 처리를 위해 설립된 기구다. 프랑스와 독일을 잇는다는 지리적인 상징 때문에 바젤에 자리잡았다.

승전자의 응징이라는 상서롭지 못한 시발점에서 출발한 BIS는 1970년대 이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위상을 가다듬었다. 특히 은행 감독의 핵심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 자리를 빌려줘 왔다. 바젤위원회는 선진 10개국 감독 당국이 금융감독 기준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지만 의결사항은 각국 감독 당국이 자발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BIS비율과 금년부터 적용된 바젤2 기준도 여기서 결정됐다.

그러나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앞에서 바젤 기준은 허수아비 노릇을 했다. 바젤 기준을 도입한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살아남은 회사들은 공포에 휩싸여 돈을 움켜쥔 채 대출을 안 한다. 자금이 메마른 실물경제는 나날이 깊은 침체의 골로 향하고 있다.

바젤 기준의 실패는 시장구조의 변천을 따르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BIS 자기자본 규정의 취지는 예금자 보호에 있다. 자산부실 위험에 걸맞게 자기자본을 비축해 부실이 있어도 소매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뜻이다. 바젤 기준 은행자본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완충벽이다. 따라서 후순위채나 우선주도 자기자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바젤식 자기자본은 진지한 자기자본이라고 볼 수 없다. 자기자본이란 주인의 밑천을 말한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후순위의 권리를 행사하는 부채다. 우선주도 명칭은 주식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인의 지분이 아니다. 결국 후순위채나 우선주는 부채의 성격을 띤 지분이고 주인의 밑천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금융구제정책이 아직까지 별 효력이 없는 것도 자기자본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데 있다. 미국의 금융구제안은 최초 모기지 자산을 매입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행되는 단계에서 공적자금으로 은행의 우선주 매입으로 바뀌었다. 돈을 받은 은행들은 대출을 안 한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즉시 돈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입금하고 있다. FRB가 보유하는 은행지급준비금은 이 때문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은행의 행위를 바꾸자면 경영권을 갖는 주인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주 매입을 통한 은행 증자는 예금자 보호 완충벽을 두껍게 쌓지만, 은행 주인의 밑천을 늘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은행 주인의 레버리지를 증가시키는 셈이다. 후순위채도 마찬가지다. 예금자 보호 효과는 있지만 경영권을 가진 은행 주인의 밑천은 그대로다. 부채가 늘어난 은행이 된다. 밑천이 모자라는 은행은 대출을 안 한다. 은행 주가가 제로(0)로 치닫는데 후순위채나 우선주는 완충 작용을 할 수 없다. 신중한 경영자라면 대출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BIS 비율에만 집착하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비율이란 분자가 있고 분모가 있다.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모를 늘리는 수가 있지만 분자를 줄이는 수도 있다. 즉,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대출을 줄이는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의 메마른 자금 사정의 한 원인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은행 대출을 늘리려면 은행 주인의 밑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밑천이란 보통주를 가리킨다. 기존 주주를 우선으로 하는 유상증자가 최선의 방법이고 차선책으로는 공적자금으로 보통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차선책이 두려워서라도 기존의 주주들이 증자를 고려할 수 있다.

[신현송 美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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