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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美 사립大, 위기의 대차대조표
대학은 고수익 투자 삼가야
큰 씀씀이로 부채 크게 늘어
기사입력 2009.04.09 17: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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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자산 때문에 은행이나 실업자들이 겪는 수난은 경기 침체와 당연히 연결되는 모습들이다. 전원적인 캠퍼스를 가진 미국 사립대학교들은 이런 침울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미국 사립대학들은 지금 경기 침체 일선에 서 있다.

400억달러 이상 되던 하버드대학 발전기금이 작년 후반에만 40% 감소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예일대와 프린스턴대도 작년 말 발전기금이 25% 감소했다고 발표했고, 올해 금융시장 흐름을 미뤄 볼 때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재정 지출 중 상당 부분을 발전기금에서 충당하는 이들 사립대학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설 확장 계획 연기는 물론 하버드대는 교직원 임용도 부분적으로 동결되는 등 운영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 사립대학들이 수난을 겪는 원인은 과거 성공에서 찾을 수 있다. 예일대에서 처음 개척한 첨단 자산운영 모델이 성공하자 예일대 투자 방식은 널리 보급됐다. 예일대 투자 방식이란 재래식 채권이나 주식 대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같은 고수익ㆍ비유동적 자산에 비중을 두는 투자 방식을 가리킨다. 하버드와 프린스턴은 물론 규모가 작은 발전기금을 관리하는 교육기관들도 이에 질세라 예일 모델을 따랐다. 금융시장 호황과 함께 자산 가치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고수익ㆍ비유동적 자산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한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지금 발전기금 규모는 4~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당시 미국 사립대들이 어려운 형편이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문제가 심각한가? 문제 인식을 위해서는 대학 대차대조표를 봐야 한다. 문제는 자산 쪽에 있지 않고 부채 쪽에 있다. 대학이 부채를 안고 있다는 것은 어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채의 의미를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과 비유하는 게 적합하다. 연기금이란 국민연금과 같이 수혜자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연금이나 특정 사업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연기금의 부채는 수혜자가 미래에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즉 미래 의무의 총가격이다.

대학 부채도 비슷하다. 사립대는 재정 독립을 우선으로 대학 본연의 사업을 먼 미래까지 추진하는 기관이다. 영구적으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지출을 통틀어서 환산한 액수가 대학의 부채라고 할 수 있다. 교직원 임용, 연구 자료ㆍ기재 구입, 시설 유지에 필요한 모든 지출 이 사업에 필요한 지출이다.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들은 이러한 지출 중 상당 부분을 발전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발전기금 수익률이 높을 때는 오히려 돈이 많아서 고민이었다. 미국 의회에서는 불어나는 사립대 발전기금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았고, 언론의 화살도 받았다. 사회공헌은 등지고 사적인 집단 이익만 챙긴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무마시키기 위해 사립대는 지출을 대폭 늘렸고, 캠퍼스는 공사장을 방불케 할 만큼 시설 확장이 이루어졌다. 교직원 임용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재량권이 있는 일시적 지출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의무화되는 경향이 있다. 학생 장학금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부유한 대학들은 학생 재정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입학 사정을 한다. 이 같은 학생 재정지원 정책은 해를 거듭하면서 관행이 되었고, 대학 간 우수 학생 유치 경쟁에 힘입어 넓게 퍼졌다. 이제는 토착화된 제도이기에 번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시적으로 넉넉한 대학 살림이 가능하게 만든 배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금 수혜자 권리처럼 굳어진 셈이다.

비록 미국 대학 자산가치가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그동안 대학 씀씀이가 계속 부풀었던 만큼 대학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마치 몰락한 부자가 예전 가난할 때 생활로 복귀하기 힘든 것처럼 지금 미국 사립대학들은 암묵적인 부채에 눌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수없이 많은 교훈을 가져다 줬다.
그중 얼핏 놓치기 쉬운 교훈도 있다. 교육재단 운영은 단순히 투자 수익률 극대를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한 가지다. 항상 대차대조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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