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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한국 이중 위기` 3가지 처방
기사입력 2009.07.23 17: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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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6월 말 2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작년 가을 외환위기 당시의 악몽에서는 벗어났지만 안도의 숨만 쉴 때는 아니다.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독감 계절이 오기 전에 신종 플루 백신 생산을 위해 분초를 다툰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외환보유고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된다. 금융제도의 체질 개선이 따라야 한다.

한국은 `이중위기`에 취약하다. 이중위기란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겹치는 현상으로 금융제도가 실물경제 성장을 따라가기에 힘겹기 때문에 나타난다. 기업ㆍ가계가 필요한 자금을 대기 위해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은행 예금만으로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호황기의 대출 증가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데 달러나 엔화로 빌려오기 일쑤다. 풍선을 불기 위해 공기를 불어 넣듯이 대출 증가는 달러 부채로 이어진다. 은행들은 달러 부채에 상응하는 달러 자산을 보유한다고 하지만 이는 키코 같은 국내 기업에 대한 자산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달러 부채가 달러 자산보다 많기 때문에 이중위기로 이어진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고통스럽게 얻은 교훈이지만 작년 외환위기 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중위기 극복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방법, 은행 자산을 예금 증가에 묶어 억제하는 방법, 그리고 금융제도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다. 그러나 첫째와 둘째는 부작용이 심하다.

외환보유고는 단기 처방은 되나 장기 처방은 안 된다. 달러의 장기적 취약성을 감안할 때 투자 손실 위험은 물론 국내 통화량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고 국제정치 측면에서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환율 조작의 누명을 쓰기 쉽다. 금융제도의 취약성을 덮어두고 외환보유고만 늘리는 건 금이 간 벽에 벽지만 한 겹 더 붙이는 격이다.

두 번째 대출 억제 같은 양적인 규제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선진 경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시장 왜곡을 불러오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유일한 자산 증가 억제 수단으로는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정책이 있지만, 실물경제를 고려할 때 섣불리 쓸 수 없다.

해답은 세 번째 길, 자금조달의 다양화에서 찾아야 한다. 외환위기를 부르는 은행 부채의 문제점은 단기 부채고 달러 부채이기 때문이다. 장기 자금원을 원화로 조달할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춘 제도로는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200년 역사가 있는 `커버드 본드` 제도가 있다.

커버드 본드란 은행이 발행한 장기 채권으로 지정된 은행 자산에 대한 선순위권이 있고, 은행 자체의 의무가 이중으로 뒷받침하는 채권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후순위채와 달리 유럽의 커버드 본드는 국채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취급된다. 또한 은행 자산을 떼어 팔아 금융경기 증폭을 키우는 미국식 증권화 과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제도다.

커버드 본드는 세 가지 이점이 따른다. 은행은 장기적 안정자금을 조달한다는 것, 투자자는 단기 금리 등락에서 벗어나 장기 저축 수단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이득이 크다. 은행 자금원 다양화, 안정적인 금융제도 구축,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을 탈피하는 투기성 자금을 잡는 효과 등 복합적인 이점이 있다.
덴마크는 미국 못지 않은 부동산 시세 등락에도 끄떡없는 금융제도 내구성을 보였다.

한국 실물경제의 성장은 세계의 부러움을 사지만 금융제도는 항상 아킬레스건이었다.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이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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