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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이 말하는 이시대 철학의 역할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인디고연구소 기획 / 궁리 펴냄
기사입력 2012.03.09 17:04:25 | 최종수정 2012.03.09 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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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은 21세기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린다. 그는 여전히 급진적인 해방과 혁명을 주장한다. 사회민주주의조차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옹호로 작용한다고 비판할 정도로 급진적이다.

그럼에도 그가 던지는 철학적 사유는 이념의 영역을 넘어 모두에게 울림을 준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실천적 지식인인 까닭이다.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아우르는 철학을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와 예술, 국제정치 이론에 자유자재로 접목하는 독보적인 능력은 그에게 '동유럽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붙여줬다.

인디고연구소의 젊은 연구원들이 2011년 2월 2일과 4일 이틀에 걸쳐 그가 머무는 슬로베니아 류블라냐를 찾았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발간되는 지젝의 인터뷰집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성취는 번역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하는 그가 수많은 저서를 통해 말해왔던 사유의 궤적을 압축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스스로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야산으로 가서 나무 껍데기를 벗겨 먹는 북한 인민의 모습이야말로 "미개하고 잔혹한 자본주의의 실상"이라고 말한다. 실패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 주민의 삶 속에서 자본주의적 삶의 극단적 실체를 발견하는 인식의 전도는 그의 철학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책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인 사실도 흥미롭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그는 열 살 이후로 언제나 클래식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집필해 왔고, 어린 시절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대부분 작업을 밤에 하며 오전에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많은 저서를 내놓은 그는 인용했던 수많은 영화 중에 실제로 보지 않은 것도 많다고 한다. 예술영화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키에슬롭스키의 영화들은 사실 너무 지겨우며, 한국의 전쟁 영화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아주 지겹고, 반페미니즘을 다룬 최악의 영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2~3일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던 그였지만 64세인 현재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하루 14시간가량 잠을 자야 하며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현대철학을 다루는 책답게 난해하고, 대단한 집중력이 요구되지만 그가 던지는 행동하는 철학자의 의무에 대한 대목은 곱씹을 만하다.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전문가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에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어떤 양극단, 즉 전 지구적 사안들에 관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개입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자신의 일에 치여 그저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대다수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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