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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줄푸세·시장주의 → 2012년, 맞춤형 복지·경제민주화
`줄이고 풀고 세우고` 공약중 감세정책은 폐기
규제 풀고·법질서 바로세우기는 그대로 유지
"票心 의식한 좌클릭" 진보는 의심·보수는 불안
발언으로 본박근혜 경제관
기사입력 2012.04.15 19:28:44 | 최종수정 2012.04.15 2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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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관은 지난 5년간 진화 또는 변형 과정을 거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는 이른바 `99%`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선 진화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 해석이다.

반면 그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나섰을 때 내세웠던 시장주의적 경제공약과 비교하면 지금의 경제관과 편차가 상당하다.

이를 삐딱하게 보는 쪽은 박근혜 경제관의 변화를 다분히 표심을 의식한 `변형`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박 위원장의 경제 철학 변화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다.

당시 세계 경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혼돈 속에 있었다. 박 위원장은 금융위기 원인으로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Undisciplined Capitalism)`를 꼽고 "민간과 정부가 자본주의 핵심 가치인 `자기책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면서 "관치주의는 안 되지만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은 정부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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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관의 변화를 가져온 동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권 후보의 경제공약은 사실 큰 차이가 없었다.

각각 `747`과 `줄푸세`로 상징되는 시장주의 또는 성장주의가 뼈대였다.

`줄푸세`란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성장 중심의 정부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MB정권과 차별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관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두 번째는 여론의 변화다. 이번 총선을 제외하면 지난 몇 년간 표심은 줄곧 개혁 성향의 편을 들어줬고 20~40대의 목소리도 아울러 커졌다. `복지는 곧 표`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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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야권연대와의 선명성 경쟁이다. 야권과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와 같은 키워드를 선점하려고 경쟁해 온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보다 때로 더 앞질러 가는 낯선(?)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 같은 세 가지 동인이 맞물리면서 박 위원장의 경제관은 5년 전보다는 확연히 `좌(左)클릭`을 한 상태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좌향좌인지, 아니면 우향좌를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도 많다.

2007년 2월 한나라당 내 대권주자 경쟁이 본격화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집권 후 재임 기간 평균 7% 성장 △국민소득 3만달러 △일자리 300만개 창출 등을 천명했다.

`경제정책의 첫 번째 목표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두겠다`는 이른바 사람경제론은 지금껏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세부 공약으로 들어가면 기존 보수 정당 후보와 차별성이 없었다.

출자총액제한제의 경우 2007년엔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폐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보였다. 세금에 대해선 "더 이상 세금을 올리지 않고, 새로운 세금도 없다"며 사실상 감세 기조를 내세웠다.

5년이 흐른 지금 가장 큰 변화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내세웠던 대표적인 경제공약인 `줄푸세` 가운데 `줄`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증세로의 노선 전환은 아니지만 최소한 감세정책 폐기 선언이다.

다만 박 위원장이 소득세나 법인세 증세에 소극적이란 점은 야권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방법을 고민하지만 국민 대다수에게 부담을 주는 증세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성장이란 단어가 전면에서 사라진 점도 특징이다. 대신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업종에 재벌 진출 방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나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겉으로는 야권 공약과 엇비슷해 보여도 속내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시장주의 상궤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의 정책 브레인인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곧 재벌 해체라고 이해하는 것은 큰 오해"라면서 "경제주체 간 균형 성장, 공존ㆍ공생, 불공정거래 차단 등 헌법에 나와 있는 기본적 원칙을 충실히 적용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신 교수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현장형 정책을 만든다는 게 박 위원장의 경제 철학"이라면서 "공정성ㆍ신뢰 등 박 위원장이 강조하는 원칙들은 결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박 위원장의 경제브레인 본류는 서강학파다. 서강학파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ㆍ이승윤ㆍ김만제 전 경제부총리가 1세대,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등이 2세대, 현재 박근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끄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3세대로 분류된다.

지금은 김광두 교수를 비롯해 안종범(성균관대ㆍ비례대표 당선), 김영세(연세대), 신세돈(숙명여대), 최외출 교수(영남대) 등이 주축이고 이번에 분당에서 당선된 이종훈 명지대 교수 등도 브레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노출된 박근혜의 브레인 중 좌파 성향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 정도가 재벌 개혁에 적극적인 정도다.

박 위원장의 경제관에 부분적이나마 변화가 생긴 것은 인적 요인 때문은 아니며 박 위원장의 경제브레인은 여전히 우파 학자들이 주류라는 뜻이다.

[신헌철 기자 /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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