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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interview]재활용품 디자인회사 ‘리블랭크’ 채수경 대표…손때 묻은 폐품이 ‘명품’으로 재탄생
기사입력 2012.10.17 1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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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얻어, 지닌 지 벌써 27년의 세월이라. 며칠 전 관대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에 자끈동 부러지니, 아야~아야~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만져보고 이어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후세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을 이어가자꾸나.` 조선시대 유씨 부인이 남긴 제문, `조침문`의 일부 내용이다. 자신이 아끼던 바늘이 부러지자 이를 의인화해 애도한 것. 한갖 쇳조각에 불과한 바늘에 생명을 불어넣은 여인의 섬세한 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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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이 넘쳐나는 요즘, 과분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에게도 유씨 부인처럼 절제된 삶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할까. 자원재활용전문 패션회사 ‘리블랭크’ 채수경 대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전도사다. 즉 헌 옷이나 가죽, 현수막 등 폐자원에 디자인적인 감성을 불어넣어 원래 제품보다 더 멋진 명품으로 다시 탄생시키는 것. 그 솜씨가 유씨 부인도 놀랄 정도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 문화는 결코 단순한 유행으로 끝날 일회성 행사가 아니예요. 이는 지구상 모든 자원이 더 이상 낭비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조만간 현대인의 생활 속에 커다란 문화로 자리잡아가게 될 것입니다.” 채수경 대표의 설명이다.

브랜드 이름을 겸하고 있는 리블랭크는 ‘다시(RE)’라는 접두사와 ‘무한한 가능(BLANK)’이라는 단어의 조합. 2008년 아름다운가게 재활용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 창립멤버들이 의기투합, 창립과 동시에 첫 제품을 선보였다. 물론 회사 경영목표는 무차별적으로 버려진 폐자원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 새로운 감성과 가치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2009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자활공동체와 협력, 일자리를 지원하는 등 제품생산과정에서 ‘일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채수경 대표를 만나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이 무엇이고, 국내시장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리블랭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리블랭크는 지구촌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잡화 디자인회사입니다. 버려진 물건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 전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이 전문이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헌 옷이나 가죽잠바 등 폐기됐거나, 폐기 직전의 의류를 수거해 이를 해체한 뒤 전혀 새로운 디자인 제품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가방이나 모자, 신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물론 소량생산이라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지요. 그러나 잘 따져보면 나만의 개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고, 재활용을 통해 지구촌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습니다.

창업 당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재활용 제품을 좀더 일반화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재활용품은 싸구려’라는 소비자 의식이 가장 큰 장애입니다. 리블랭크제품의 경우 디자인이나 내구성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명품에도 뒤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우수하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만약 품질에 대한 오해가 있는 소비자라면 제조방법이나 과정, 소요시간, 투입 인력 등을 잘 따져봤으면 좋겠어요. 감히 ‘싸구려’라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군요. 유통과정도 심각한 편인데요. 제도적 장치는 차치하고라도 판매수수료가 높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실제 오프라인의 경우 평균 판매가격의 33~40%에 달하는 수수료 때문에 한계가 있지요. 더구나 최근 대기업 대부분이 패션 유통업에 뛰어들면서 생산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어요. 물론 소호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러나 높은 마진은 결국 창작작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 같군요. 매출규모 또는 브랜드 규모에 따라 합리적인 대우가 절실합니다.

의류회사는 유행 적응과 대량생산을 통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리블랭크는 이제 막 일어선, 걸음마단계 디자인회사입니다.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넓은 판매공간이나 완벽한 기계설비 등 완벽한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이에 힘입어 최근 홍대 근처에 단독매장을 오픈 했어요. 나머지는 위탁판매가 대부분인데요. 현재 오프라인 6곳과 온라인 5곳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등을 감안할 때 과연 ‘이윤창출’이라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자원선순환의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고 가격위주의 소비 의식에 변화가 온다면 현재보다 훨씬 시장이 확대되겠지요. 리블랭크야 물론 우수한 디자인 실력이 가장 강력한 백그라운드입니다. 저희는 제도개선보다는 제품개발에 더 집중하는 편이지요.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도 듭니다.

재활용 전문 패션기업의 국내외 현황, 전망도 궁금합니다. 국내는 기껏 10여 개 기업들이 리사이클링 관련 기업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은 리블랭크를 포함, 모두 3~4곳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유럽에는 업사이클링 기업숫자가 많고, 활동도 매우 왕성합니다. 성장 속도도 빠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문화수준이나 윤리적 소비(착한 소비) 의식이 높고 제도적 장치가 우수해서이겠지요. 그 뒤로 미국과 캐나다(북미),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순인데요. 그 나라의 특수 상황에서 비롯된 상품개발 현상도 볼 수 있어요. 실제 내전이 빈번했던 아프리카의 어떤 기업은 버려진 탄피 등을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리블랭크를 가장 잘 이용하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요.

멋진 제품도 하나 추천해 주십시오. 낡고 헌 재료에 대한 애착이나 감수성은 다소 이국적인 문화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인데요. 이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산품이 등장하면서 ‘저가’라는 마력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잡티 하나 없고 매끄러운 제품이 곧 품질도 좋다는 등식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리블랭크 디자이너들은 제품이 수명을 다하여 땅 속에 묻히거나 소각 직전에 처했던 재료들을 모아 그 운명을 조금 더 연장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헌 제품을 재활용할 때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리블랭크와 같은 업사이클링 회사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일정 괘도에 오를 때까지 소비자들의 관심과 인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제품은 주로 낡고 헌 가죽을 재활용해 만든 패션 소품류와 문구류, 가방류 등입니다. 대형건물에 걸려있던 옥외광고물(메쉬현수막)을 재활용해 만든 메쉬파우치도 권할만합니다.

채수경 대표는...

72년생. 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와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IDAS)을 졸업한 재원이다.
2006 아름다운가게 리사이클링 브랜드(에코파티 메아리) 개발과 런칭에 참여했으며 2008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블랭크 런칭과 함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난 2010년에는 ‘재활용’ 아이디어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Cartier)’가 주최하는 ‘여성 창업 어워즈’ 1차 심사에서 15인에 선발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시작된 이래 한국인이 포함된 건 이 때가 처음. 비록 최종 우승자 1명을 뽑는 2차 경선에서 아깝게 우승은 놓쳤지만, 당시 그의 아이템은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글 김동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49호(12.10.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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