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트 갭 이미지이메일 전송갭 이미지리스트
섹션 타이틀 이미지
[한국 교육 뒤흔든 하나고]1기 졸업생 배출한 하나고…고3 절반(99명)이 ‘SKY대’ 합격
기사입력 2013.01.07 09:29:08 | 최종수정 2013.01.07 09:29:20
보내기
기사 나도 한마디

현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론을 포함해 18명의 전임 총리가 다녔던 영국의 이튼칼리지(Eton College). 13~18세 남학생 13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인문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교과목을 배우고 스포츠·음악·연극 활동에 참여한다. 이튼칼리지 졸업생 중 3분의 1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다.

3년 전 하나고는 이튼칼리지를 롤모델 삼아 비슷한 교육방식을 도입해 설립됐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외부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국은 영국과 다르다는 목소리가 대세였다. 개교 초기에는 학부모조차 ‘아이들을 실험적 교육방식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 없다’며 펄펄 뛰었다. 그러나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둔 지금, 하나고는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사교육 공화국으로 통하는 대한민국에서 하나고가 과연 공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기사의 0번째 이미지
2010년 초 자율형 사립고로 개교한 하나고(서울시 은평구 소재)가 새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자기주도학습, 전인교육을 표방하며 ‘새로운 교육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힌 하나고에 대해 세간에선 ‘우선 3년만 지켜보자’는 시선이 팽배했다. 아무리 자기주도학습, 전인교육을 제대로 추진해도 학생들이 대학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인식.

그리고 드디어 3년. 대학 입시 전형이 아직 다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현재까지의 중간 성적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고3 학생 200명 중 120명 이상이 수시 전형에 합격했다. 외국 유학반을 제외하면 180명가량이 국내 대학에 원서를 넣었는데 이미 60%가 넘는 학생의 입학이 확정됐다.

그저 합격만 한 게 아니다. 합격한 대학 면면이 화려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대’ 합격생만 99명. 서울대 합격생이 44명으로 수시 기준 단일 고등학교로는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에 진학하는 학생도 21명이나 된다. SKY를 제외한 다른 대학도 서강대, 성균관대, 경찰대 등으로 결코 만만한 대학들이 아니다. 1월에 발표되는 정시모집 합격자까지 합치면 주요 대학 진학 학생 숫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학수 하나고 진학지원실장은 “정원이 300명에 달하는 외국어고와 비교해도 진학 성적이 가장 좋다. 학생들이 3년간 공부에만 매달리지도, 별도로 사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공교육의 승리”라고 자랑했다.

고3 담임과 학생들은 수시 면접 구술고사를 앞두고 12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당 3~4번씩 모의 면접을 진행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기뻐한다. 발표력이 우수한 학생도 면접에서는 의외로 긴장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면접 교육을 실시했다.

그렇다고 모의 면접 하나가 하나고의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낸 비결은 아닐 터다.

수시전형 맞춤형 커리큘럼이 성공비결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수시 전형에 적합한 커리큘럼에서 첫 번째 요인을 찾는다. 수시 전형은 수능 성적을 최저 기준으로 하고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면접 구술고사로 선발한다. 때문에 내신 성적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수능 공부만 꾸준히 해 온 다른 학교 학생과 달리 하나고 학생은 교내에서 1인 2기(학생마다 체육, 음악·미술 활동을 한 가지씩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하나고의 제도)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하나고에는 70개에 이르는 동아리가 있는데 학생 개인당 3~4개씩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인 2기와 다양한 동아리 활동만 하나고의 특징은 아니다. 하나고는 선택형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문·이과 구분이 없다는 뜻. 학년에 상관없이 실력에 따라 수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이른바 무계열·무학년제다.

우희종 군(고2)은 대학과정에 준하는 고급수학(미적분, 선형대수학)을 이수했다. 그는 고급수학을 가르친 이영수 교사와 함께 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화과정으로 국제정치를 수강한 이승현 군(고2)은 “중학생 때는 수학 등 배워야 할 과목은 학원을 다니고, 익혀야 할 과목은 스스로 공부했는데 하나고에 들어와서는 배워야 할 부분까지 학교 수업으로 충분하다 보니 학원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전했다.

우수한 교사진도 하나고의 경쟁력이다. 현재 55명의 교사가 있는데 특목고 출신 교사, 박사급 인력이 수두룩하다. 개교를 앞두고 교사를 공개 모집했을 때 경쟁률이 100 대 1에 육박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나고의 교육실험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하나고는 교사의 절반을 기간제로 채용한 뒤 일정 기간 테스트를 거친 후 정교사로 임용한다.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기간제 교사라고 해서 대우가 다른 건 아니다. 성과급도 나눠 갖고, 담임도 맡는다. 이전 학교에서 정교사로 근무하던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로 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3구 학생, 정원의 20%로 제한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대학 입시에 최적화된 커리큘럼 덕분에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 대학 입시에 도전할 수 있는 데다 훌륭한 교사들이 포진해 있으니 하나고의 이번 성과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커리큘럼이 좋고 교사가 훌륭해도 학생이 열심히 따라와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나고는 이 부분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하나고 한 학년 정원은 200명이다. 학교는 일반전형, 하나희망전형, 하나임직원자녀전형 등 크게 3가지 전형으로 구분해 학생을 모집한다. 정원 외 전형으로 국가보훈대상자와 특례입학대상자를 10명 이내에서 선발하기도 한다.

일반전형 모집인원이 60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시에 거주하거나 서울시 소재 중학교 졸업자(졸업 예정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다. 하나고가 서울시에 위치한 자율형 사립고이기 때문이다. 강남 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거주자는 전체 정원의 20%를 넘을 수 없다는 지역 제한이 있다. 강남의 한 학부모는 “하나고가 강남 학생을 역차별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남3구 학생제한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남 학부모로서 아쉽긴 하지만 학교 철학과 맞물린 문제니 다들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전체 정원의 20%를 모집하는 하나희망전형은 국민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제적배려대상자 학생이 지원하는 전형이다. 군인 또는 다문화가족 구성원 등 비경제적배려대상자도 지원 가능하지만, 학비 보조는 경제적배려대상자에 국한된다.

하나 임직원 자녀도 전체 정원의 20% 내에서 선발된다. 서울 출신으로 제한할 경우 미달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제한을 없앴다. 다른 전형에 비해 특혜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상당수 하나 임직원 자녀들이 초기에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임직원자녀전형으로 들어온 한 학생은 “임직원 전형을 쉽게 생각하는 면이 있지만 이 전형도 경쟁이 만만치 않다. 같은 전형으로 온 친구와도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정말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별전형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하나고 학생은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4인 1실이다. 처음에는 2인 1실로 설계했으나, 룸메이트 간 사이가 틀어질 경우 한 학기 내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4인 1실로 개조했다. 기숙사 생활은 하나고가 강조하는 체덕지(體德智) 중 덕과 관련된다. 사회성을 키우고 문제가 있으면 협력해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에 적응 못 해 자퇴하기도

이처럼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된 하나고지만 하나고에 입학한 학생 전부가 근사한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간 것은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는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는 학생도 왕왕 있다. 특히 개교 첫해에는 사교육을 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학교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제법 있었다. 학교 측은 결원이 생길 때마다 공고를 내고 편입생을 모집한다.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수업을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어고·과학고 학생에 준하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학교가 좋아도 학생 간 엄연한 순위가 있기 때문에 좌절감에 빠지는 학생도 나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귀족학교’ 이미지는 하나고가 극복해야 할 최고의 과제다. 학생 한 명당 학비가 월 100만원이 넘는데, 이게 무슨 공교육 정상화냐는 얘기다. 2012년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고 학생은 연간 1332만원가량을 부담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등록금(수업료+입학금)에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비, 식대 등 모든 경비를 합한 것으로 순수하게 등록금만 놓고 보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학교 측 주장이다. 하나고 연간 등록금은 약 439만원. 일반고 등록금 151만원(2011년)에 비하면 3배에 이르지만, 자율형 사립고 평균 등록금(약 383만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는 않다. 김진성 교장은 “하나고는 기숙학교이고 사교육 없이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료 외에 기숙사비, 방과 후 수업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모든 비용을 합친 것과 일반고의 등록금을 비교하는 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취재 : 김헌주 기자 / 사진 : 박정희·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9호(13.01.01~01.08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BIG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갭 이미지 이메일 전송 갭 이미지 리스트


뉴스브리핑

mk인사이드 이전보기

mk인사이드 다음보기

 


notice

0번째 공지사항 배너 이미지

0 번째 이미지1 번째 이미지2 번째 이미지3 번째 이미지4 번째 이미지

분야별 주요뉴스

포토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