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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산책] 곱창은 살아있다
기사입력 2009.02.20 16:55:3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희한한 일이다. 수입소 광풍이 불었을 때만 해도 당장 자취 없이 사라질 것 같았던 곱창집들이 여전히 선전 중이다.

어려움 끝에 문을 닫은 집도 있지만 위생적 유통,

맛있는 식재 확보, 레스토랑 뺨치는 인테리어, 감동적 서비스 등 곱창집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끄는 집들도 적지 않다.

곱창은 소나 돼지의 창자를 말한다. 솔직히 말해 좀 고급 부위는 아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살코기는 비싸게 팔리고, 제대로 가공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창자 부위는 그저 싸고 배부른 맛에 먹는 거리 음식이었다.

곱창집은 예전부터 도축장 근처에 있었다. 도축장 근처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정육점을 차렸고, 없는 사람들은 리어카에 연탄불 화덕을 장착하고, 그 위에 프라이팬 또는 불판을 올리고 곱창에 대파, 양파 등 양념을 잔뜩 섞어 푸드득 푸드득 날개짓 하듯이 볶아서 먹곤 했다.

양념을 많이 넣은 것은 곱창 특유의 노릿한 냄새를 없애기 위한 나름의 조리법이었다. 물론 이제는 조리법이 발달, 특유의 냄새는 이제 가공 과정에서 대부분 없어지고 영양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간결한 양념만 갖고도 맛있는 곱창을 즐길 수 있다.

한때는 마장동 도축장과 가까운 동마장에서 시작된 곱창집은 청계천 세운상가까지 진출했고, 독산동에서 시작된 곱창집은 신림동, 영등포까지 이어지곤 했었다.

서민의 음식 곱창은 이렇듯 태생 자체가 소박하고 허름한 식당이나 노점이었다. 그런 허름 컨셉트는 곱창값이 소고기값에 밀리지 않게 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곱창은 영양 면에서도 그 어떤 부위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해서 보양식으로 애용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곱창집에서만 곱창을 먹지만, 예전에는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영양보충용으로 손수 정육점에서 곱창을 사다 조리를 해주기도 했다.

곱창의 또 다른 강력 메뉴는 곱창전골. 역시 양념을 듬뿍 넣고 뜨거운 불에 올려 자글자글 끓여 먹으면 속에 뭉쳐있던 모든 응어리가 한방에 녹고도 남는 메뉴다.

그리고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자작하게 비벼먹는 맛이란! 그러나 21세기 곱창의 최고 메뉴는 역시 구이다. 구이가 뜬 이유는 가공 기술과 정성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곱창에 붙어있는 맛없는 부위와 기름기를 섬세하게 잘라내기 위해서는 진짜 손이 많이 가야 한다. 곱창 가격이 올라간 것도, 제대로 장만하자니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운하고 쫄깃한 맛을 남겨놓은 요즘의 곱창구이는 소금구이, 양념구이 등이 대세다.

맛있는 곱창은 어떻게 나오나? 원리는 똑같다. 신선한 곱창을 정성껏 장만해서 깔끔하게 숙성, 맛있는 양념과 함께 구워내야 한다. 이름깨나 한다는 유명한 곱창집들은 이런 원칙을 절대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또한 조리법에 표준이 생기고, 양념의 양이 계량화되면서 맛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또한 안전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준이 높아지면서 곱창의 가공법이 보다 과학적이 된 것 또한 곱창 전문점들의 맛과 경쟁력을 키워준 힘이기도 하다.

곱창 명가

삼청동 삼청대창

삼청동과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메뉴 같지만, 개업과 동시에 단골 증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는 집이다.

삼청대창은 대창구이 전문점. 신선하고 동일한 재료, 꼼꼼한 가공, 깔끔한 관리, 절묘한 숙성 시간 그리고 끝내주는 친절 등 음식점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춘 집이다. 이 집은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삼청동의 그 어떤 카페와 비교해 봐도 뒤떨어지지 않는 디자인이다. 삼청동길 끝 얕은 언덕 위에 있는데, 뒤로는 인왕산이, 앞으로는 삼청동과 그 너머 종로통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갖고 있다.

이 집을 즐겨찾는 사람들은 삼청동은 물론 멀리(?) 광화문, 시청부근에 회사가 있는 직장인, 공무원 그리고 삼청동에 놀러온 가족들과 일본 관광객들이다. 곱창 요리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일본인 관광객들은 도쿄에서도 보기 힘든 맛과 인테리어에 홀딱 반하곤 한다.

이 집의 메뉴는 대창구이와 특양구이, 일명 LA갈비인 양념갈비 그리고 곱창전골과 특양밥 등이다. 대창을 적당 시간 숙성시킨 소스와 함께 구워먹는 이 집의 대창구이는 적당히 쫄깃한 육질과 절제된 양념, 깔끔한 밑반찬이 잘 어우러진 메뉴다.

첫 맛은 달콤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대창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져 나온다. 특히 고추, 양파 등 온갖 천연식재료 빚어낸 독특한 소스의 맛은 환상이다. 달콤쌉싸름하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적격이다. 삼청대창의 김치전골은 조금 특이하다. 김치가 (반)포기 채로 들어있다는 것이 그것. 김치전골에 김치 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포기김치가 들어가는 일은 흔치 않다. 전골에 포기김치가 들어간다는 것은 일단 위생적이라는 근거다. 보기도 좋다. 전골이 보글보글 끓을 때 종업원이 김치를 잘라주는데, 맛도 기분도 좋다.

이 집의 또 하나의 별미인 특양밥. 보통의 곱창집에서 흔히 보았던 구이를 먹었던 판 위에 먹던 양에 밥을 볶는 게 아니라 새 양에 밥을 볶아준다. 고슬고슬한 게 끝없이 손이 가는 맛이다.

이렇게 깔끔한 서비스에 가격도 착하다. 맛과 시설은 강남과 똑같으면서도 가격은 2만원대 미만이다. 삼청대창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공간. 홀의 테이블 간격이 여유있고, 단체 손님을 위한 별실도 층층마다 있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옥상 데크로 인기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뉴 : 대창구이 / 특양구이 / 양념갈비(LA갈비) / 특양밥 / 김치전골

위치 : 삼청동길 끝 부분 하루에 지나자마자 우회전

문의 : 02-737-7826

충무로 서대문곱창

30년동안 맛있는 곱창을 판매하고 있는 집이다. 이 집의 곱창은 조금 특이하다. 곱창을 시키면 불판에 장만해 나오는데, 바닥에는 곱창이, 그 위에는 차돌박이를 올려준다. 쉽게 익는 차돌박이를 먼저 먹고 그리고 곱창을 먹으라는 뜻.

곱창에도 곱창 외에 여러 가지 양 등 다양한 부위의 고기들이 섞여있어서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곱창이 어느 정도 익으면 불판에 술을 뿌려 현란한 불쑈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불쇼 직후에 한 입 먹으면 화기가 골고루 퍼진 고기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메뉴: 소양 / 곱창 / 염통

위치: 지하철 3-4호선 8번 출구 국민은행 왼쪽골목 막다른 길 좌회전

문의: 02-2266-4345

오발탄

강남 지역의 탄탄브라더스(오발탄과 연타발) 가운데 한 집이다. 2002년에 송파에 생겼으니 7년 된집이다. 예전의 곱창집들에 비해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좋은 재료 쓰니 장사 잘되고, 장사가 잘 되니 남기는 재료 없이 매일 신선한 재료를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다.

송파점 이외에 서초, 삼성, 분당 등에서도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다. 2만원 대 중반 가격으로 살짝 부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깝지 않은 맛이다.

메뉴 : 특양구이 / 대창구이

위치 : 송파 올림픽아파트 후문 건너편

문의 : 02-404-0090

신사동 연타발

연예인들 즐겨찾기 1순위 대창집이다. 사근사근 씹히는 맛이 끝내주는 특양구이는 숯불에 훈제된 은은한 맛으로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기필코 다시 먹고야 말게 되는 연타발의 대표 메뉴. 역시 숯불에 굽는 대창구이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강남 최고의 대창집임으로 자처하고 있다. 볶음밥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주는 것도 특이한 점. 치즈가 싫은 사람은 미리 빼달라고 해야 한다. 가격은 2만원대 중반으로 만만치 않은 편.

메뉴 : 특양구이 / 대창구이

위치 : 신사동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도산사거리 방향 고개 넘어 왼쪽

문의 : 02-545-4248

지지고 볶고 순대곱창볶음

신촌로터리 ‘신촌 다주 쇼핑’ 지하 시장 한쪽에서 25년 동안 곱창을 지지고 볶아온 집이다. 테이블 두어 개에 예닐곱 명 들어가면 꽉 차버리는 작은집.

수많은 단골들, 이 집에 자리 하나 받아볼까 하고 불이 나게 달려가지만, 편안히 앉을 자리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유일한 메뉴는 순대볶음곱창과 막걸리뿐인데, ‘지지고 볶고’ 옆에 있는 일신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손님이 직접 사 오면 양념값 5000원 정도 받고 즉시 볶아준다. 내공 깊고, 인심 좋고, 맛 좋고, 재미 좋은 집이다.

메뉴 : 순대곱창볶음 7000원

위치 : 지하철2호선 신촌역 8번 출구 신촌다주쇼핑 지하 1층

문의 : 02-3422-5989

왕십리황소곱창

20년 된 유명 곱창집이다. 많은 곱창집이 단촐한 메뉴를 준비하는 데 비해, 이 집은 곱창과 관련된 대부분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왕십리와 청계천의 전통 곱창 요리인 야채곱창, 연탄불에 구워주는 돼지곱창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속이 꽉 찬 소곱창구이, 양곱창, 곱창전골 등이 있다.

30대 이상 가운데 곱장 마니아들은 한 두 번 가 보았을 만큼 유명하고 향수 어린 곳이기도 하다.

메뉴 : 돼지곱창 양념구이 / 소곱창구이 / 양곱창 / 곱창전골

위치 : 황학동4거리 근처

문의 : 02-2297-8860

홍대앞 노루목곱창

홍대앞 사거리에서 정문 쪽으로 올라가다 오른쪽에 있는 옛 서교시장 골목에 있다. 교수곱창 등과 함께 이 골목의 대표적인 곱창집으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똑같은 재료와 양념을 사용, 20대 초반에 이 집에 처음 갔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또 찾아가게 한다. 알곱창과 곱창전골의 인기가 특히 좋다.

메뉴 : 알곱창구이 / 대창구이 / 막창구이 / 모듬구이 / 양념구이 / 곱창전골 / 천엽

위치 : 홍대앞 서교시장 골목(일명 호미화방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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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7호(09.03.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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