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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메리 포핀스`와 금융위기
기사입력 2008.05.22 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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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 어린이 영화 중 `메리 포핀스`라는 작품이 있다. 1960년대에 제작된 이 영화는 실물에 만화를 삽입하는 영화제작 기술과 음악으로 유명하다. 19세기 영국 사회를 가볍게 풍자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사회 가치에 대한 향수에 젖은 작품으로도 알려졌지만 금융 위기를 묘사한 점이 흥미롭다.

주인공 어린이가 두 푼의 용돈을 쥐고 런던 금융가 은행을 찾는다. 철부지 아이는 은행으로부터 저축을 권유받지만 이를 뿌리치고 "내 돈을 내 놓으라"고 소리치며 은행에서 뛰쳐나온다. 이를 목격한 예금자들은 은행의 건전성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근거 없는 악소문이 순식간에 런던 사회를 휩쓸어 예금 인출 쇄도가 따른다. 은행은 악소문을 부인하지만 소용이 없다. 예금자 개인 처지에서는 은행 해명이 진실이라고 믿어도 다른 예금자들이 쇄도하면 한발 앞서서 돈을 빼는 것이 신중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19세기 뱅크런(Bank Run), 즉 예금 인출 쇄도를 묘사한 장면이다.

베어스턴스 몰락서 교훈 얻어야

21세기로 테이프를 돌리자. 그간 금융제도는 많이 변했지만 근본적인 은행 업무와 그에 상응하는 대차대조표 성격은 19세기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유동적 단기자금을 끌어서 비유동적 장기 자산에 투자한다는 의미에서는 19세기 은행이나 지금의 첨단 글로벌 투자 은행이나 다름이 없다. 자산은 전통적인 대출 업무에서 모기지 증권이나 파생상품으로 옮겨 갔고, 부채는 소매 예금에서 자본시장의 단기자금으로 옮겨간 차이밖에 없다. 다만 뱅크런 성격은 금융제도 변화에 맞춰 변했다. 지난 3월 갑작스러운 위기로 몰락한 베어스턴스 미국 투자은행은 21세기 뱅크런의 매서운 면을 보였다. 베어스턴스 같은 투자은행은 예금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금융시장에서 증권을 담보로 한 단기대출에 의존한다. 채권자들은 대규모 국제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은 악소문에 동요되는 `어리석은` 소매 예금자와는 대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베어스턴스 몰락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들 금융회사들이야말로 뱅크런을 야기할 수 있고 전체 금융제도 안정성을 가장 쉽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금융회사 위험관리 절차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의 첨단 위험관리 체제는 금융시장 물결이 잔잔하고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는 위험 노출을 확대시키고 수익을 올리는 데 열중한다. 반대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자산가격이 불안정할 때는 기관 노출을 축소시키는 일에 급급하다.

위험 축소야말로 신중하고 현명한 경영방식이지만 금융제도 안정성 측면에서는 모순이 있다. 베어스턴스의 여러 채권자들은 대출 중단이 신중한 위험 축소 방법이었지만 베어스턴스 처지에서는 뱅크런이었던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감독은 시중은행과는 달리 증권감독위원회(SEC)에서 맡고 있다. 베어스턴스 몰락에 관한 배경과 위기 전개과정을 설명하는 서신이 SEC 웹사이트에 최근 공개됐다. 이 공개 서신은 여러 의미에서 볼 만하다. 베어스턴스는 미국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고 있었음에도 몰락했다. 감독 기준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해 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금융감독 체제는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최근 도입한 제2 바젤 자기자본 체제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했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바젤의 허점은 많지만 무엇보다 자기자본에만 집착하고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맹점이다.

한국 금융 안전성 정비할 때

최근까지 여러 나라에서 모범으로 삼던 영국 통합 금융감독 체제 위신도 영국의 노던로크은행 유동성 사태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영국은 금융감독 업무를 중앙은행 통화 업무와 분리시키는 과감한 실험적인 제도 개선을 감행했지만 유동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실패했다. 유동성은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중앙은행을 배제하는 감독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은 동전의 양면이다.

영국 감독제도를 청사진으로 삼고 제도개혁을 추진한 나라 중 한국이 포함된다.
한국은 금융위기 태풍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틈을 활용해 금융제도 안정성을 정비할 때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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