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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IMF의 수난
기사입력 2008.06.26 18: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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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의 국민에게는 `IMF`라는 글자는 그리 반갑지 않다. 일반인이 인식하는 IMF(국제통화기금)는 외환위기에 처한 나라에 재정 긴축과 고이자율 정책을 강요하는 기구로 알려져 있다. 또 금융위기로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는 서민층에 고통을 더하는 온갖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는 것도 IMF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다.

IMF가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 피해국에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IMF가 요즘은 스스로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올해 초 총인원 가운데 15%를 감축한다는 발표가 있은 후 직원들은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몇 달을 보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막상 선두에서 정책을 지휘했어야 하는 IMF는 제 구실을 못했다.

감원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380명 정도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했다. 우선 자진퇴직하는 직원에 한해 퇴직금을 조금 더 줘 조기퇴직을 종용하고 자진퇴직 인원 수가 목표에 미달하면 강제 퇴진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충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자진 퇴직자가 380명에 미달하기는커녕 무려 590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자금을 지원해준 나라의 총리나 장관급 각료에게 정책 시정을 당당하게 요구했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도 여섯 명이나 포함됐다. 그만큼 IMF 내 사기가 저하됐다는 뜻이다. 강제로 직원을 퇴진시킬 일이 아니라 직원들을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요즘 IMF의 위상은 90년대 외환위기 때와는 대조적이다. 세계 경제를 휘두를 수도 있을 듯한 위력은 찾을 수 없다. 지금은 그때 모습의 흐릿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1944년 브레튼우즈 조약으로 처음 설립될 당시 IMF는 상호보조기금으로 착상된 기구였다. 마치 작은 마을의 마을금고처럼 동등한 지위의 회원들이 상부상조하면서 외부의 악조건이 닥쳤을 때 여유 있는 회원이 불행한 회원을 돕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대를 거듭하면서 그 기구의 성격은 변하기 시작했다. 동등한 위치의 회원이 운영하는 마을금고가 아니라 주인이 있는 은행의 성격을 가진 기구로 변신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중남미 부채 위기를 계기로 IMF 회원국들은 채권자와 채무자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채권자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자기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구조조정을 강요할 수 있고, 구조조정이라는 구실로 국익이 개입되는 얄팍한 시장개방 수단이 될 수도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당한 나라들은 이런 차가운 국제정치의 현실을 맛봤다. 이들은 다시는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조달러를 넘는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만 2600억달러가 넘는다. 이는 IMF의 총 대출 가능액을 초과하는 액수다. 되돌아보면 아시아 외환위기는 은행 성격을 띤 IMF의 역할을 종료시키는 사건이었다. 은행은 대출을 해야 먹고 산다. 대출을 못하는 은행은 영업을 못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지금 IMF의 처지는 대출을 못하는 은행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 국민은 요즘 IMF의 어려움을 측은한 눈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를 괴롭힌 자가 고통을 겪을 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지금이야말로 세계 금융시장을 총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잘못된 정책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한 때다. 이는 IMF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변신을 요구한다. 마을금고나 은행의 성격에서 세계 금융시장 질서를 지키는 경찰로 변신해야 할 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지금의 세계 금융 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특히 금융감독 실패에서 비롯된 위기이고, 부채의 거품을 키워온 저금리 통화정책도 한몫했다. 진정한 국제 금융시장의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 같은 막강한 회원국에도 문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IMF가 이런 방향으로 변신한다면 금융 위기를 겪은 나라의 국민도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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