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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주택과 國富
기사입력 2008.07.31 17: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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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동시에 생활의 질적 개선에 필요한 요소다. 위생적이고 생활에 편리한 주택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기초 의료시설이나 다른 기본 자산과 더불어 기초 권리의 성격도 있다.

19세기 유럽 대도시의 슬럼 철거나 개발도상국의 근대적 주택 건축사업은 효율적 경제발전에도 필수적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주택은 국부(國富)의 일부분이다.

그렇다면 주택가격 상승은 국부의 상승이고 주택가격 하락은 국부의 감소인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계에 의하면 미국 총가계 부문이 소유하는 주택 총량 가치는 2007년 말 20조달러에 이르렀지만 최근 금융위기로 많이 떨어졌다.

이번주에도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을 가늠하는 케이스-실러 지수가 연간 16% 감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의 국부가 그만큼 감소했는가. 같은 맥락으로 2001년 말 가계 부문 주택가치는 12조4000억달러였다.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미국의 국부가 7조6000억달러 증가했다고 할 수 있을까.

통계상 가치 변동은 주택의 질적 향상보다는 가격 변동에서 비롯된다. 자산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것을 시가평가라고 일컫는데, 위의 주택가치 변동은 시가평가의 결과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시가평가를 해야 하는 자산이지만 주택은 국부의 측면에서는 특수한 자산이다. 주택은 자산인 동시에 암묵적으로 부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내 집값이 오르면 나의 부는 증가하지만 내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채가 커진 것과 다름이 없다. 내 자녀가 성장해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저축을 하거나, 나에게서 집을 물려받아야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오른 집값만큼 더 큰 빚을 져야 한다. 저축을 한다면 더 오래 저축해야 하고, 내 집을 자녀에게 물려준다면 나의 부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1980년대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거품은 유명하다. 1990년 말 닛케이 주가지수는 4만을 넘어섰다.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은 1만3000 정도에 그친다. 부동산 거품은 그보다 더 극치에 이르렀다. 1991년 당시 도쿄 상업중심부의 땅을 시가평가해서 달러로 환산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 수 있는 가치였고, 캐나다 전국을 살 수 있는 가치였다.

이런 가상적인 비교는 시가평가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전체를 살 수도 없지만, 도쿄 상업중심부를 살 만큼 현금 여유가 있는 이도 없다. 이는 거품의 극치를 상징하는 사례다. 상업 부동산 거품은 주택경기에도 물론 여파를 미쳤다. 웬만한 연봉으로는 내집 마련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통근하는데 두 시간이나 걸리는 외곽으로 이사해서 하루 네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른바 3세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금융상품이다. 이는 100년 만기 담보대출로서 돈을 다 갚기 위해서는 나는 물론이고, 내 자녀, 그리고 지금 태어나지도 않은 나의 손자 손녀까지 돈을 갚아야 하는 은행 대출이다. 주택가격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고, 주택의 암묵적인 부채 성격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집값이 비싸서 나는 물론이고 내 자녀, 손자 손녀까지 빚을 지게 하는 행위다. 아들, 딸, 손자, 손녀는 빚부터 안고 태어나는 불행한 세대가 되었다.

그 이후 일본 주택가격은 슬로 모션으로 추락했고 `잃어버린 10년`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3년간 일본의 주택경기는 약간 회복했지만 지금도 1992년의 반 정도 수준에 머무른다. 90년대 초 집을 산 사람들은 난감하다. 반 평생 은행 빚을 갚아도 아직도 집값보다 빚이 더 크다. 직장에 가까이 살기 위해 이사를 하려 해도 자금이 안 된다. 집이 감옥이 된 셈이다.

집에 대한 애착은 인간의 본능이고 집은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의 등락 때문에 경제정책에 미치는 여러 부작용이 있다. 통계상 가계 부문의 주택자산 총가치가 증가했다고 나라가 더 잘 사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후손들의 빚도 커지기 때문이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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