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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美 스트레스 테스트의 함정
기사입력 2009.05.14 17:12:53 | 최종수정 2009.05.14 2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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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미국 금융회사 스트레스 검사의 엄밀성에 관한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공적자금 투입 당시 적용됐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기준을 버리고 올바른 자기자본, 즉 보통주를 주된 척도로 사용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BIS 자기자본의 문제점은 작년 12월 본 칼럼에서도 제시한 바 있다.

BIS 자기자본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완충벽으로서 후순위채나 우선주도 자기자본으로 간주되지만 은행주인의 밑천이라고 할 수 없다. 후순위채는 말 그대로 후순위 권리를 행사하는 부채요, 우선주는 명칭은 `주식`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인의 지분이 아니다. 후순위채나 우선주는 부채의 성격을 띤 지분이다.

작년 가을 미국 금융회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우선주 매입을 통한 은행 증자였고, 은행 주인의 밑천을 늘리지는 않았다. 주인 밑천이 모자라는 은행은 대출을 안 했고, 은행 주가가 제로(0)로 치닫는 데 완충작용을 할 수 없었다. 밑천이란 보통주를 가리킨다. 이 원칙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는 것은 이번 스트레스 검사를 높이 평가할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세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우선 미국 정부가 실시한 실물경기 악화 가정상 발생하는 부실자산 규모는 6000억달러로 추정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실자산 추정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치고, 금융자산의 시가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은행 영업이익에 관한 가정이다. 스트레스 검사에서 나타난 부실자산 규모를 6000억달러로 잡았지만 금융회사에 강요하는 보통주 증자 액수는 745억달러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앞으로의 운영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다.

지난주 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필요증자 규모는 애초 500억달러 이상으로 책정되었으나 BOA 경영진의 항의와 집요한 접촉 끝에 340억달러로 하향 조정됐다고 한다. 은행 영업이익을 축적해 필요한 자본을 충당한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다.

현재 미국 단기 금리는 제로(0)기 때문에 은행업이란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와 높은 이자로 대출하는 장사다.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은행의 자체 영업이익을 통한 자기자본 충당은 수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원만한 금융 대출의 혜택을 못 받는다. 금융이 고갈된 경제는 깊은 경기침체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자산 부실 악화를 낳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의문점은 스트레스 검사의 기본 취지에 있다. 이번 스트레스 검사는 은행들이 연명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제도 활성화와 대출 증가의 문제는 뒷좌석으로 밀려났다. 결국 은행들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금융 고갈의 해소가 숙제로 남았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미국 재무부에서 국제금융정책을 지휘하던 팀이 현재 미국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과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경제위원장은 당시 미국 재무부 고위 관리로서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아시아 위기 국가들에 여러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제시했던 해결책은 부실 기업, 부실 금융회사를 일괄 퇴출시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제도 활성화였다.

그러나 미국의 현 정책은 당시 한국에 권유한 내용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중 잣대 문제도 있지만 현 미국 정부 정책의 효용이 우려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경험을 되풀이할 여지가 아직 충분히 있다. 이번 검사로 미국 금융 부문 건전성에 관한 의혹을 단번에 일축시키고자 했다면 역부족이었다.

[신현송 美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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