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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美 건강보험이 악순환에 빠진 이유
기사입력 2010.03.15 17: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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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개혁이 이처럼 난항을 겪는 것은 일견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사람들은 1인당 소득 중 6분의 1에 상당하는 8000달러를 작년 한 해 의료비로 지출했다. 이는 다른 OECD 국가 1인당 의료비 지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반면 인구 중 20%가량인 4700만명이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비효율적인 민간 건강보험제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보험 가입 여부와 보험회사를 선택하는 민간 보험제도는 시장경쟁을 유도하고 비용을 절감해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반대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보험료를 최대 39% 인상한 앤섬(Anthem)보험 사례는 민간 보험제도의 기본적인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의 발단은 건강한 보험 가입자들이 경기 악화로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지자 보험을 탈퇴하면서 시작됐다. 건강한 가입자들이 탈퇴하면 남아 있는 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건강하므로 보험회사 평균 지불 부담이 커지게 된다. 결국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이렇게 보험료가 올라가면 남아 있던 가입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또 탈퇴하고 이는 다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한편으로는 보험료 상승을 초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의 보험 탈퇴를 야기한다.

민간 보험시장의 또 한 가지 문제는 보험회사들은 가격 경쟁과 함께 위험선택 경쟁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위험선택이란 중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막대한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보험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보험료 대비 건강한 소비자를 골라내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회사들이 이처럼 건강한 정도에 따라 가격을 차별하게 되면 건강보험은 유명무실해진다.

물론 민간 보험제도 자체가 높은 의료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보험회사들이 각각 들이는 행정비용은 분명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데 한몫한다. 그리고 미국 민간건강보험은 자기 부담비율이 매우 낮고 보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또 보험회사들은 병원이 행하는 의료시술에 상응해서 의료비를 지불하고 병원도 이에 따라 의사들에게 보상한다. 과다한 검사와 치료를 자제하도록 할 유인이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병원에도 불충분하다.

이 모든 문제는 우리나라 같이 단일 사회보험제도(single-payer system)를 도입하면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제도하에서는 동일한 보험을 모든 사람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함으로써 보험료 상승과 보험 탈퇴라는 악순환을 막고, 보험회사의 위험선택, 가격 차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입자 자기부담 수준과 병원 지불체계를 조절해서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상황에서 단일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바마 개혁안은 단일 사회보험제도 장점을 민간보험체계 안에 일부 도입하는 타협안이다. 그럼에도 저항이 심하다. 오랜 기간 고착된 민간보험제도가 두꺼운 기득권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당수 사람들은 저비용으로 큰 혜택을 누리는 현재 건강보험에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은 그들에게 세금 부담만 늘릴 뿐이다. 또 보험업계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의료산업이 로비에 쏟아부은 돈이 무려 5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오바마 개혁이 여태까지 살아남은 것이 어쩌면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미국 민간 의료제도 실패를 통해 잘못된 민영화가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민영화 경로로 한 번 들어서면 얼마나 돌이키기 힘든지도 배워야 할 것이다.

[최연구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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