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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금융권의 도박을 막아야 한다
기사입력 2010.05.24 17: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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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드디어 총괄적인 금융권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최근 사태로 부각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역사는 오래됐다. 케인스는 금융시장이 투기꾼들에 의해 조종되고 지배되는 현상에 대해 경고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토빈세를 토빈 이전에 제안한 셈이다. 토빈 역시 금융산업이 개인의 저축을 생산적인 영역으로 전환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보다는 투기와 도박에 자원을 소모한다고 개탄했다.

물론 이러한 비판이 금융산업이 불필요하다든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공황 당시 대규모 은행 도산으로 인한 신용수축이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생산성 감소를 가져왔고, 최근 위기상황에서는 연방은행의 신속한 금융권 구제가 대공황의 전철을 피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산업이 실물경제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보다는 투기적 행태에 치우치고 있고, 이 투기적 부분이 금융권 비대화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첫째는 이달 6일 다우존스지수가 1000포인트 급락한 사태이다. 그 시발점은 불분명하지만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장상황에 따라 눈 깜빡할 사이에 몇 백만주의 거래를 실행하는 소위 고빈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주가 급락에 연관돼 있다고 의심한다. 이 중 일부는 주가가 근본적인 가치에서 벗어나는 것을 파악해 차익을 꾀하는 차익거래로서 이는 자산의 가치발견과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부분은 주가 변화를 예측해 이익을 취하는 모멘텀 거래의 성격을 띠는데, 이들이 대종을 이루면 실제 정보에 바탕을 두고 거래하는 대신 알고리즘 거래들끼리 서로 반응할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불필요한 가격변동과 시장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다. 더욱이 자동화된 거래가 효력을 발휘할수록 거래자들이 정보를 수집해야 할 필요성이 적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이 약화된다. 이와 같은 행태가 금융회사에는 막대한 이윤을 가져올지 몰라도 어떤 사회적 순기능을 하는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둘째로 최근 주목의 대상이 된 `채권이 부도날 때 수익을 얻는 신용부도스왑(naked CDS)`의 경우를 보자. 보통 CDS는 그 구매자에게 특정 채권의 부도로부터 보호해주는 보험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AIG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CDS는 채권구매자들로 하여금 채권부도 위험에 무감각하게 만들어 악성자산을 축적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금융위기의 한 축을 이루게 됐다. 그나마 보통 CDS는 헤징 수단으로서의 그 사회적 기능을 인정할 수 있으나 `naked CDS`의 경우 채권 자체의 구입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부도라는 사건에 베팅하는 `순수 도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도박은 금융 본연의 기능과 무관할 뿐 아니라 그 기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채권을 직접적으로 구매 혹은 보장하는 데 쓰일 자본이 베팅의 담보물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 형성을 촉진하는 대신 그를 저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이런 문제성 있는 금융행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법안이 `naked CDS` 등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심각한 위기가 닥치면 사회적인 피해도 크지만, 반면에 이는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유하고자 하는 정치적 결단력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준다. 백악관 비서실장 이매뉴얼이 말했듯이 최근의 위기가 `문제 해결의 기회`로서 낭비되지 않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연구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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